상법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의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공중접객업자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제151조), 여기서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라 함은 불특정다수인이 모여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된 인적, 물적 설비 및 장소를 뜻하므로, 병원 역시 이에 해당된다고 보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공중접객업자인 A병원은 고객으로부터 임치받은 물건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에 물건의 보관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됩니다(제152조 제1항). 다만, 위 조항이 적용되려면 갑이 차량을 A병원 측에 '임치'하였다는 점이 먼저 인정되어야만 할 것인데, A병원에서 주차를 권하는 공터 임시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것이 위 임치에 해당될지가 문제입니다.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21800 판결에 의하면, "상법 제15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임치가 성립하려면 우선 공중접객업자와 객 사이에 공중접객업자가 자기의 지배영역 내에서 목적물보관의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음을 필요로 하는바, 여관부설주차장에 시정장치가 된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거나 출입을 통제하는 관리인이 배치되어 있거나 기타 여관측에서 그 주차장에의 출입과 주차사실을 통제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조치가 되어 있다면, 그러한 주차장에 여관투숙객이 주차한 차량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위탁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여관업자와 투숙객 사이에 임치의 합의가 있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위와 같은 주차장 출입과 주차사실을 통제하거나 확인하는 시설이나 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채 단지 주차의 장소만을 제공하는 데에 불과하여 그 주차장 출입과 주차사실을 여관측에서 통제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부설주차장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위배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주차장에 주차한 것만으로 여관업자와 투숙객 사이에 임치의 합의가 있은 것으로 볼 수 없고, 투숙객이 여관측에 주차사실을 고지하거나 차량열쇠를 맡겨 차량의 보관을 위탁한 경우에만 임치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합니다.
요컨대, 갑이 이용한 주차장이 단지 A병원에 방문하는 객들의 편의를 위하여 주차를 권하거나 추천한 장소에 불과할 뿐, A병원측이 출입통제시설을 갖추거나 요금을 징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면, 그러한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이 파손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A병원에게 상법상 임치물에 관한 배상책임을 지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A병원측에 주차사실을 알리면서 열쇠를 맡기는 등으로 차량보관을 부탁하였고, 이에 대해 병원측이 명시적으로 승낙까지 한 경우라면 다른 문제이겠으나, 제공된 사실관계에 비추어 그렇진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 위와 같은 A병원 외부의 공터 임시주차장을 A병원 '시설내'라고 보기도 어려운바 상법 제151조 제2항도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A병원이 텃밭 주인인 B의 판넬 설치나 관리 소홀에 특별히 기여한 바가 없다면 A병원 측이 배상책임을 질 가능성은 적어 보이고, 텃밭 주인인 B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