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의식불명이 아니라면 피해자에게 귀속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만이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합의도 피해자가 직접 하거나 아니면 적법하게 대리권을 수여 받은 자가 해야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의식불명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직접 합의를 할 수도 없고,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 경우 피해자의 의사표시 없이도(또는 의사표시를 추단하여) 법률상 배우자에게 대리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이에 관한 판례는 대리가 적법하게 성립하려면 대리행위를 한 자, 즉 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할 권한을 가지고 그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법률행위를 하였음을 요한다고 하면서, 부부의 경우에도 일상의 가사가 아닌 법률행위를 배우자를 대리하여 행함에 있어서는 별도로 대리권을 수여하는 수권행위가 필요한 것이지, 부부의 일방이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어 사회통념상 대리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배우자가 당연히 채무의 부담행위를 포함한 모든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리권을 갖는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여 배우자에게 대리권을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다37856 판결). 따라서 을은 성년후견인 선임심판 등을 통해 후견인으로 취임하는 방법으로 적법하게 대리권한을 얻은 다음 갑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화해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을이 권한 없이 한 합의를 추후에 갑이 추인하는 것은 가능하나 법률관계의 안정을 위해 적법한 대리권을 취득한 다음 합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됩니다.